[책마을] "대도시 빼놓고는 모두가 텅텅비는 세상을 준비해야"

입력 2024-01-12 18:44   수정 2024-01-13 00:55


“대한민국은 완전 망했네요, 와우!”

백발의 외국 학자가 머리를 감싸쥐며 이 말을 비명처럼 외치는 영상이 인터넷을 떠돌고 있다.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한국 방송사와 인터뷰하다가 ‘한국의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말을 듣고 보인 반응이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7명 선이 깨지며 0.68명을 기록할 전망이라는 말을 들으면 윌리엄스 교수는 뭐라고 외칠까.

그런데 앞으로 인구, 도시, 경제 규모가 쪼그라드는 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국내에 출간된 <축소되는 세계>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 세계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라며 성장의 시대에 종언을 고한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거꾸러지며, 줄어드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치열해지는 ‘축소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 앨런 말라흐는 중국 난징 동남대의 도시 계획 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인 도시 계획 전문가다. 그는 쐐기를 박듯 덧붙인다. “한 번 인구가 감소한 나라는 다시 그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인구 감소 추세는 ‘끈적끈적하다(sticky)’라고도 표현하는데, 이는 한국과 일본 대만처럼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국가는 그 추세를 바꾸기 힘들 것이라는 말이다.

인구통계학적 추세와 더불어 ‘이주’도 눈여겨볼 키워드다. 이주는 총인구 절대값을 변화시키지는 않지만 특정 도시의 축소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주는 도시의 인구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사회적 및 경제적 측면에서 도시의 근본적인 구성을 바꿔놓는다.”

책은 2050년의 세계와 경제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한다. 결론적으로 “2050년의 세계는 지금보다 여러 측면에서 나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경제 성장 둔화도 피할 수 없다. 2050년께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마이너스에 접어들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기후변화는 도시의 생사를 가르게 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니 집은 남아돈다. 가령 일본은 빈집 수가 현재 800만 가구인데 2040년에는 1500만~200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빈집은 슬럼화되고, 빈집을 허물면 도시의 황무지가 생겨나고 다시 사람들이 떠난다. “결국 부동산 시장이 사실상 기능을 멈추는 수준까지 가게 된다.” 지역 경제가 쇠퇴하면서 지방 정부가 거둬들일 수 있는 세수도 줄어든다. 그 와중에 고령 인구를 부양하기 위한 복지 재정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난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총 10장으로 구성된 책인데, 8장에 이르러서야 “축소 도시가 향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문제와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시작한다. 책은 재성장 전략을 추구하기보다는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춰 노동 인구 변화와 연금 수요를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사례들을 보여준다. 미국 오하이오주 영스타운 등이 예시다. 다시 극적으로 인구가 늘어날 거라는 환상을 버리고, 축소 사회에서 분야별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논의하는 게 낫다는 의미다.

책은 지역 경제를 재구성하는 등 지역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규모 학교 활성화, 원격 근무를 전제로 한 이주 정책, 공공 예술 프로젝트를 통한 지역 살리기 등은 다소 이상적인 대안이지만 국토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과 그곳에 거주 중인 사람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한 고육책으로 읽힌다.

구체적 대안보다 ‘축소되는 세계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패러다임 전환이 매력적이고 문제적인 책이다. 책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우리가 계속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결국 정답을 찾게 될 것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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